내 머무는 곳/ 사노라니
그 곳이 들판이라면 잔디가 되리라
깨알보다 작은 마음으로 씨앗을 뿌려
나무뿌리 보다 깊은 심장을 만들리라
실핏줄을 밟고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잡초보다 질긴 삶의 보석을 주리라
그 곳이 언덕이라면 꽃이 되리라
이파리보다 작은 가슴으로 훍을 일구어
향기를 뿜어내는 작은 병이 되리라
그 냄새를 맡는 애벌레에게
연인보다 따뜻한 엄마의 젖가슴이 되리라
그 곳이 산허리라면 소나무가 되리라
꺼지지 않는 생명으로 낙엽을 태워
그 열기에도 움직임 없는 근육이 되리라
까치머리에서 노래 부르는 새들에게
삶을 마무리 하는 둥지를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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