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밭
글/ 정 선규
하얀 안개가 온 대지를
깔고 헤엄을 치고 있다
얼마나 크고 장대한 몸집인지
얼굴은 땅에 다리는 강에 걸려
둔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개가 밭에 들어가 가물거린다
마치 막 지금 심겨진 씨앗이 눈을
뜨고 새순을 트는 것처럼 땅에서
하늘로 피어오른다
밭에는 금새 안개 구름이
피어오르고 남다른 몸짓으로
밭을 거닐고 있다
해가 떠오르자 시들어져
맥없이 흐물흐물 무너져 내리고
축축한 밭에는 안개가 핀 자리에
농부가 심은 곡식이 싹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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