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웅덩이
글/ 정 선규
벚길따라 나선 길손
짓꿏은 바람이 하품하는
내 입에 벚꽃향을 낼름
넣고는 간다
심심한 길 홀로 가는 길에
이렇듯 뜻밖에 친구를 만나
놀이한다
조금 앞서가며 벚꽃을
마구 흔들어 날리고는
다시 그 꽃잎을 뿌리며
앞서가는 친구
바람바람 봄 바람이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고
돕는 이웃이 되어 발길을
맞춘다
드디어 산 꼭대기에 올랐다
산머리에 서서 보니 사방으로
막히었다
우뚝선 산들이 바람에 길을
막고 있다
길가던 바람이 웅덩이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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