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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약속) -A Promise,1998

土譚 2005. 9. 26. 18:26



                           영상제공: 시네마카드

                                                      


그는 평범하지 않았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기엔. 그는 너무 특별했다.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부상을 입어 실려온 붕대투성이 환자였다. 그러나 그녀가 그를 처음 본것은 한 끄나풀씩 풀어지는 붕대 속에 감춰진 맑은 눈을 통해서였다.

"난 말야, 깡패 두목쯤되면 우락부락 그지같이 생겼을 줄 알았거든? 근데 아냐... 눈이 아주 맑아..."

그녀, 채희주는 의사고 그, 공상두는 조직의 보스였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세계를 무너뜨리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일은 술 끊고 모레는 손 씻고?... 희주야 난 그런거 해본적 없어. 내 사는 꼴이 약속이란 말하고 어울릴 것 같니?"

역시 그는 평범할 수 없는 남자였다. 반대파에 채희주의 노출을 염려한 남자는 먼저 이별을 선언하고, 희주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 채필수는 세상을 떠나고, 늘 희주 주변에서 지켜봐주던 동료의사인 이세연은 그녀에게 미국 동행을 권유하는데...

"희주는 어떤지 알아? 까마득한 절벽에서 눈 딱감고 자기를 내던지는거야. 아무런 약속도 못해주는 이 빌어먹을 놈한테... 그래 맞아 희주는 그 친구하고 더 잘 어울려. 근데 나 마음이 뒈지게 아퍼. 씨발 너무 아프다."

두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실감하고 다시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 앞엔 길게 놓인 또다른 이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무너진 조직, 심복의 죽음 앞에 이성을 잃은 공상두가 또다른 죽음을 부른 것이다.

그는 잠적하고 그녀는 그를 기다린다. 29살 그녀에겐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져간 한 남자의 사랑 그리고 잠시 외출을 나갔던 사람처럼 그 남자가 돌아온다. 그녀와의 약속을 위해...

 

<접속>에서의 출연으로 예상을 뒤엎고 스타가 된 전도연과 <편지>로 확실한 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박신양이 정통 멜로 드라마에서 만났다. 이미 멜로라는 장르를 통해 한 번씩의 검증을 거친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이 순정 만화 스타일의 멜로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오랜만에 제대로 어울리는 커플을 만날 수 있다는 재미도 있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의 김유진 감독 이 희곡작가 이만희의 원작 '돌아서서 떠나라'를 각색하여 영화로 옮겨 놓았다. 제작사 '신씨네'가 창립 10주년 기념 작품으로 선보여 대단한 흥행과 인기를 거두었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점은 멜로 드라마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비중이 눈에 띄게 달라 졌다는 것이다. 채희주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나온다. 이는 대사의 문체에서도 드러난다. 남성은 반말을 쓰고, 여성은 '요'체나 '입니다'체를 사용해온 그 동안의 룰도 깨트렸으며, 로맨스의 주도권이 거의 그녀에게 쥐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장르가 액션이나 SF활극과 같은 장르라면 모르겠지만 멜로 드라마에서는 정말 그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