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판소리.기타

사철가 (조상현)

土譚 2006. 3. 12. 10:21

사철가 - 조상현(4;14)

브리태니커 판소리 단가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 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느냐? 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허여,

    제 절개를 꽃피지 않은 황국 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와,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지허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 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생전일배주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그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다가 대랑 매달아놓고 국곡 투식허는 놈과

    부모 불효허는 놈과 형제 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 더 먹소, 들 먹게"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브리태니커 판소리>전집의 출판에 부쳐

처음 판소리 감사회가 열렸던 1973년에는, 청중이래야 일찍이 판소리를 즐겨 듣던 노년층 몇 명과 공연자들의 식구 및 친지들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무렵의 공연자들에게는 그들의 기능을 발표할 수 있는 그만한 공연장도 다른 데에는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 감상회가 해를 거듭함에 따라 청중의 폭은 젊은 세대에까지 넓혀졌고, 공연자들은 힘을 얻어서 그 동안에 묵혀 두었던 바탕소리를 열심히 공부한 끝에 무대에 오르는 것을 큰 자랑으로 알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젊은 민속 학도들이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는가 하면 이제는 대학가의 축제에서도 판소리가 다루어 불리고, 판소리를 아끼고 즐기는 사람들의 수효가 부쩍 불어났으니,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 감상회는 판소리 부흥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듯합니다.

정병욱/초판 발행 당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판소리 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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