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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아, 황홀한 아침이여!

土譚 2006. 3. 7. 11:18
[포토에세이]아, 황홀한 아침이여!


어둠이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면 하루의 시작도 더욱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밤 잠들었던 육신도 새로이 힘을 얻고 새 날을 열기 위해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여름으로 달려가는 듯싶다가 잠시 주춤하는 계절의 걸음걸이는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때마다 렌즈에 담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립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사각의 틀에 그들을 가두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어제는 늘 분신처럼 따라붙던 카메라를 책상 밑에 놓고 지인을 만나러 떠났습니다



잔뜩 흐렸던 하늘은 해질 무렵 수많은 구름을 만듭니다.
구름 사이 청아한 하늘로, 붉은 홍시가 고개를 내밀듯 바다는 물들어갑니다.
카메라를 두고 온 것이 조금 후회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온 하늘을 여한없이 바라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풍경을 독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이 있은 다음날에는 해맞이도 기대가 됩니다.
제 하루는 새벽 예배로 시작됩니다.
뜰에 서니 아직은 어둠입니다.
그러나 별들이 초롱하고 바람도 잔잔하니 황홀한 해맞이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기대감에 콧노래가 나옵니다.

인생길에서 한두시간 아니 서너해 늦어지더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작다고 업신여기고, 못생겼다고 타박하고, 느리다고 안달하고, 뭔가 난해한 것이 그럴 듯하다 생각했던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작고, 못생기고, 느리고, 단순한 것에 들어 있는 아름다움과 그들이 주는 편안함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아직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온 물을 품은 넓은 바다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움을 닮고 싶었습니다.

내 마음의 그릇이 깨끗하지 않으면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다가와도 그 빛을 발할 수 없습니다.
똑같은 음식이더라도 개밥그릇에 담으면 개밥밖에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음이 깨끗하지 못해 아름다운 것들을 추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문제입니다



오늘은 일출 직전부터 한 곳에 렌즈를 고정시키고 시시각각 변하는 일출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며 "아, 황홀한 아침이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풍경도 변하고, 바람의 세기도 변하고, 파도의 높이가 달라지니 일출 모습도 달라집니다.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하지만 그 변함에는 추함이라고는 없습니다



삼각형은 가장 안정된 모형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축을 들라면 무엇을 꼽겠습니까?
그 세 축이 당신의 삶을 균형잡아 주고 있습니까?
아니면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늘 불안합니까?
피라미드 같은 정삼각형의 안정감을 위해 우리는 늘 짧고 부족한 쪽을 늘리는 데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긴 쪽을 조금씩 줄이는 것도 정삼각형을 만다는 한가지 방법입니다



새들도 하늘을 날고 나의 꿈도 저 바다 위를 날고 있습니다.
자유의 상징하면 "바람"과 "새"가 떠오릅니다.
바람을 타고 비상하는 새는 자유의 바람을 닮았습니다.
그렇게 바람과 어울리고 또 어울리다 보면 그 속내도 점점 바람과 닮아가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좀 쓸쓸할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은 외로울 때도 있고, 고독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홀로 있는 것,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홀로 있어야 "나는 누구인가?"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자연에는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비록 사람이 보기에는 어수룩해 보여도 빈틈이 없습니다.
자연은 깔끔하고 구수하고 신선합니다.
늘 같은 모습이면서도 늘 새로운 모습입니다.

"아, 황홀한 아침이여!"

종달리 고망난돌에서 해맞이를 하며 몇 번이고 되뇌였던 말입니다.
인생에서 황홀한 순간은 곧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 황홀한 순간이 계속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시간들이 하나 둘 이어지면서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이 황홀한 순간, 아름다운 순간은 짧습니다.
만일 이 순간이 길었다면 그래도 황홀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자연의 풍광 중에서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아침 이슬을 맺은 이파리와 꽃들, 일출과 일몰의 순간, 오름에 기대어 잠시 쉬어가는 구름, 잠시 꽃에 머물다 날아가는 벌과 나비와 같이 짧은 찰나의 순간을 사는 것들입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여운은 마음 속 깊이 새겨집니다.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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