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것,좋은글

중년에 서서

土譚 2005. 7. 7. 20:52

 

  

 

  



    중년에 서서


    가끔씩 생각해 본다
    정말 중년에 들어서기나 한 건지
    미처 따라잡지 못한 세월을
    억지로 부정해 보려는
    치졸한 모습으로 있지나 않는지
    도대체 누가 그랬던가
    자신의 얼굴에 책임지는 때라고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 중년에서
    나는 무엇으로 결실이라 내세워
    당당하게 책임 질 수 있을까
    중년에 들어서 참사랑을 알게 되었다며
    젊은 시절과 결코 바꾸지 않겠다던
    어느 시인처럼
    내게로 다가온 중년을
    가슴 깊이 사랑하고 있을까
    어쩌면 이솝이야기의 여우처럼
    애초에 따지도 못할 포도를
    단지 시어서 포기하는 양
    위선과 과장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태양을 좇다가 포기해버린
    신화 속의 소년처럼
    순간 늙지 않으려면
    지금쯤 창 밖을 내다봐야한다.
    가끔씩 멈춰보기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