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살구꽃 김 종 제 잘 익은 살점 같은 살구를 따서 해마다 당신과 나누어 먹었으니 해미海美와 낙안樂安의 성문을 열어 내 섬기는 왕이신 天主 찾아가는 올 봄에도 어김없이 살구꽃 피었다 나의 주인이 둘이 될 수 없어서 지상의 몸 가진 하나를 부인하니 먼저 지하 감옥에 갇힌 나와 후에 밖의 호야나무에 매달린 나와 붉은 피 멈추지 않는 나와 마침내 그 핏물에 마음 적시는 내가 있어 분홍빛으로 꽃 핀 것인데 일 년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겨우 며칠 밖에 볼 수 없다고 평생의 주인을 기다려 당신의 손길에 닿았으니 배교背敎의 찬바람에도 열흘이면 저 기도에 부름 받으리 언젠가 꽃 필 것이라는 그 작은 소망을 굽히지 않고 한결같이 목을 내 주었으니 흰 피 뿌리며 간 하늘나라에서 살과 피를 서로 나누며 금약의 맹세를 하여도 좋으리 저 살구꽃 다 지거든 천상의 내 主를 찾아간 것이니 그곳에서 또 열흘을 꽃으로 보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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