懶翁和尙, 禪詩
靑山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惜兮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 화상(懶翁 和尙)의 선시입니다.
짧게 살다가는 한 平生 사람사는 世上은 말도 많다.
이유, 변명뿐 아니라, 남의 탓도 많고, 자기 자랑
또한 많다. 靑山처럼 푸르고 듬직하게 불평없이
살라는 懶翁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는다.
靑山이란 넓은 의미에서 뼈를 묻는 산 즉, 墳墓의
땅이란 뜻도 있어서 이 낱말을 대하는 마음엔
친근감과 함께 숙연함까지를 같이 하게 된다.
나옹은 蒼空처럼 티없이 맑게 살라고 가르침을 준다.
티없이 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가꾸라는
뜻일게다. 푸른 하늘에는 은하수도 흐르거니와 그
곳엔 절대적인 조물주의 권위가 존재한다.
따라서 옛 先人들은 하늘에 맹세를 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고 詩로도 읊었다.
蒼空처럼 티없이 살라하나 凡人인 우리로서야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탐욕은 나의 것에 집착하는 人間의 영악함과 미욱함
의 전유물이다. 성냄은 곧 자기의 뜻에 거슬리는
모든 것에 대한 역작용이며 미움, 분노나 증오와
상통하는 맥이다.
탐욕과 성냄을 벗으라는 것은 결국 집착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순리대로 순응하며 물과 바람같이 살라는
뜻이 되겠다.덧 없는 세월에 안 그래도 짧기만 한
人生事, 어느 누구의 뜻이라서 도도한 흐름의 어느
틈새인 이 時代, 이 空間을 채우는 한 점 먼지의 役
이 주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찮은 役일망정 그
또한 조물주의 깊은 祝福이니
물, 바람, 강, 구름이 흐르는 것 같은 차분한 흐름에
거슬리지 말고 살라는 이야기이다.
이 글은 고려 말, 공민왕의 왕사(王師)였던
고승 나옹 혜근(懶翁 慧勤) 스님의 불교 가사입니다.
혜근이 법명이고 나옹은 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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