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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지 않는 전화/혜미 김경애(소금창고)-5.1일

土譚 2006. 5. 1. 06:50

걸리지 않는 전화 / 惠米김경애
살면서 잊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잊고 싶진 않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그 사람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아무런 생각 나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을 묻어두고 잘 지낸듯합니다 
살다가 문득 그 사람이 보고 싶어 
답답해지는 시간도 있습니다 
애써 외면하고 숨겨둔 내 감정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소용돌이 칩니다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 대로 
그렇게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살면 편할 것도 같은데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오후 
그 사람이 자꾸 생각이 나 
그 자리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혹여, 받으면 행운처럼 기쁘겠고 
또 받지 않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고 
주인 없는 공허한 전화벨 소리만 
내 귓전에 맴도는데도 
나는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돌아옵니다. 
200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