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판소리.기타

사철가

土譚 2007. 2. 4. 19:48

이산저산 - 조상현(4;14)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 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느냐? 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허여,

    제 절개를 꽃피지 않은 황국 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와,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지허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 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생전일배주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그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다가 대랑 매달아놓고 국곡 투식허는 놈과

    부모 불효허는 놈과 형제 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 더 먹소, 들 먹게"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