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것,좋은글

감나무 의추억

土譚 2007. 10. 2. 20:04
    어릴적부터 감나무는 나의 친구였고 우리집의 식구였다. 감나무는 빨래줄을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여름이면 그늘을 주는 쉼터로 오랜 기간 우리 집안을 지켜온 할아버지격인 식구였다. 어느 때 어느 할아버지가 심었는지도 모른다. 주인이 없는 동안 혼자 비바람도 이기고 외로움도 달래 온 감나무가 자랑스럽다. 가지 하나 하나 내 발로 오르고 수 십년간 나에게 떫은 맛과 단맛을 안겨준 감나무는 나에게 인생을 가르쳐준 스승과 같았다. 오랜기간 열매를 우리집에 안긴 탓일까, 큰 가지 사이 사이 썩은 부위가 애처롭다. 감을 따고 나무를 내려 오면서 나는 주는 것도 없이 내년에 또 한 차례 수확을 기대하는 욕심많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 만다. 빈집을 지키는 감나무는 내 가족이며 친구다. 탐스런 감을 두 박스나 넘게 차 트렁크에 싣고 마당을 나서며 돌아보니 감나무는 나에게 언제든 또 들리라며 손짓을 하는 것 같다. #김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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