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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墓碑)/秋水 정광화 5-15

土譚 2006. 5. 15. 18:43
    
  묘비(墓碑)  


                           秋水/정 광 화


추적 이는 겨울비에

깊은 산 속에 말뚝같이 새겨진 魂靈은

염(殮)해버린 사슬에 묶여

길바닥의 선무당처럼 엎드려 울고 있다

목줄 세워 걷는 사람

술잔 채워 권하지만

얼굴 없는 뼈다귀에 새긴 이름은

커다랗게 뚫린 옹이 하나 알아 볼 수 없는

박제된 유언을 꼬깃꼬깃 쥐고

목 죈 동맥경화에 걸터앉아 痛哭한다

유령처럼 불어오는 영원한 숙면을

목쉰 어미 소의 울음 같은 悲歌는

共同墓地의 碑文들로 놓고 간 눈물에

뭇 상객(喪客)의 애간장이

총각 귀신처럼 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