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墓碑)
秋水/정 광 화
추적 이는 겨울비에
깊은 산 속에 말뚝같이 새겨진 魂靈은
염(殮)해버린 사슬에 묶여
길바닥의 선무당처럼 엎드려 울고 있다
목줄 세워 걷는 사람
술잔 채워 권하지만
얼굴 없는 뼈다귀에 새긴 이름은
커다랗게 뚫린 옹이 하나 알아 볼 수 없는
박제된 유언을 꼬깃꼬깃 쥐고
목 죈 동맥경화에 걸터앉아 痛哭한다
유령처럼 불어오는 영원한 숙면을
목쉰 어미 소의 울음 같은 悲歌는
共同墓地의 碑文들로 놓고 간 눈물에
뭇 상객(喪客)의 애간장이
총각 귀신처럼 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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