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보.감상문

태백산맥

土譚 2006. 6. 18. 07:05
태백산맥을 읽고




<태백산맥>은 빨치산들의 이야기이다. 배경은 이승만 정권, 즉 해방 직후였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초반부의 주요 무대는 전남 보성군의 벌교라는 곳이었다. 그 뒤로 6·25 전쟁이 발발한 후 본격적인 빨치산 투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휴전이 되고 빨치산들은 결국 전멸당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우리가 배우기로는 공산당은 무조건 나쁘고, 적대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사람들을 좌익으로 몰아간 것은 결코 공산당의 꼬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당시 농민들은 거의가 자작농이 아니라 소작농이었다. 땅 주인인 지주들의 횡포와 그들만을 비호하는 경찰 세력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농민들은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좌익 세력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 이승만 정권이 올바른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가며 지주들의 횡포를 막고 농민들이 안정된 생활을 하며 열심히 농사지을 수 있게 했다면 아마 좌익사상이 그리 쉽게 발붙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그 시기에는 공적 권력이 남용되고, 인권 유린이 자행되었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남의 재산을 갈취하고, 경찰이 온갖 고문을 자행하는 등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이승만의 독재 정권 치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한에서도 공산주의자들이 '인민'을 속이고 폐쇄적인 외교를 펼치지만, 우리 나라도 어쩌면 그런 식으로 속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내 짧은 생각이지만,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에 중국을 침략할 때 '침략'을 '진출'이라는 말로 미화시킨 것처럼 우리 나라의 역사도 많이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비롯한 진정한 민주화를 위한 국민들의 시위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무너진 역사적 사실로 볼 때, 그리고 이것이 오랫동안 은폐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볼 때, 이런 내 생각은 결코 억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승만의 헛된 권력욕 때문에 그 당시 사회도 왜곡되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이면 국민에게 솔선수범하여 봉사할 생각을 해야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부정 선거를 저지르고, 나라의 국권이나 다름없는 지휘권을 6·25 전시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미군에게 넘기는 것도 그렇고, 국민들이 왜 들고 일어나는지, 왜 좌익으로 기울어져 가는지 따져 보지도 않고 무조건 무력으로 진압만 하려 하면서 가당찮게도 국민들에게 '국부', 즉 나라의 아버지라고 불리울 생각을 하다니……. 그런 명칭의 의미가 벌써 국민을 자신의 아래로 보고 한국이 자신의 소유인 양 착각하는 노망과 다름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산맥>에 등장한 인물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본받고 싶었던 사람은 김범우의 아버지 김사용과 서민영 선생이었다.



김사용은 지주이면서도 다른 지주들처럼 소작인을 쥐어짜려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소작인의 생계를 존중하고 소작료도 다른 지주들보다 훨씬 적게 받아 소작인들의 생활이 엉망이 되지 않게 했다. 모든 지주들이 이 김사용처럼만 처신했어도 소설 중 나오는 것처럼 소작인들에게 죽임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농민들도 아마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서민영 선생은 기독교인으로서 비록 공산주의는 신봉하지 않았지만 지주들의 횡포에 대항하여 집단 행동도 불사하면서 농민들을 위해 활동하였다. 또 그는 야학도 운영하여 가난한 농민들의 자식들을 무료로 가르치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이 트인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남한의 사회적 혼란은 더욱더 심해졌을 것이고, 결국 6·25 전쟁에서 완전히 패배하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하나 나를 감동시킨 것은, 비록 진정으로 그러한 사회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외로운 투쟁을 꿋꿋이 버틴 빨치산들의 이야기이다. 이승만 정권이 이루지 못한 평등 사회를 이루겠다는 신념으로 괴로움을 마다하고 입산 투쟁을 나선 그들의 의리, 사랑, 우정이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비록 여러 나라의 공산주의는 처음의 목표가 변질되어 평등하기는 하되 모두가 못 사는 사회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빨치산들의 생각은 진정으로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했다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빨치산들은 남한 사회를 혼란시키기 위한 괴뢰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면도 있겠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썩은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일종의 혁명적인 군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나 원래의 취지는 다 사람에게 이득이 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지도층의 청렴함이 그 사회의 이념이 무엇이든지 간에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도 지도층의 부패가 심각해 아직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실현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옛날 군사 정권 시대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내가 느낀 것은, 어떤 이념이든지 간에 국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모든 것의 근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민주주의가 아무리 훌륭한 이념이고, 공산주의가 허점이 많은 이념이라 해도,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그것이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을 위한 정치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이 소설을 읽고 내가 느낀 짤막한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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