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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는 새벽/하늘 김주현 5-20

土譚 2006. 5. 20. 09:07
  
  길 떠나는 새벽 
            하늘/金 周 鉉
미명을 깨우는 푸른 안개가
어슴프레 길을 열어주고
졸다가 깬 가로등은
핏기를 잃은 모습으로 떨고 있다
세상은 아직 고요하고
삶의 애환이 깊은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신 새벽
분주한 발걸음에 희망이 보인다
잠에서 덜 깬 몽롱한 정신으로
터미널로 가는 지하철에 오르니
잠이 모자란 어린 학생들
무거운 책가방 안고 잠에 떨어져 있다
월요일 새벽마다
버스에 오르면 습관이 되어버린
차창 밖의 변화에 눈을 맡기고
개미 쳇바퀴 돌 듯 반복하는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시지프의 신화처럼
인생이란 무거운 바윗덩어리
밀어 올리고 또 올리며
가슴 가득한 부채를 지워 나가고
풍요로운 내일이 오지 않더라도
희망이라는 도시락 꼭 움켜 쥐고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 달래며
새벽 첫 차로 길을 떠난다.
-- 2006.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