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론

민요의 음계 구조

土譚 2008. 9. 10. 19:08
선법(mode)이란, 음계의 구조를 뜻하는 말한다.

음계(scale)는, 어떤 곡이나, 혹은 어떤 지역의 음악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음들을, 한 옥타브 안에 음높이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예를 들면...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를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이 음계 안의 서로 다른 음들 사이의 위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선법인데, 어떤 두 곡에서 음계는 같지만, 음계 안의 음들 사이의 위치 관계가 다르면, 두 곡은 서로 다른 선법으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음악에서의 선법은 대체로, 평조(치조)와, 계면조(우조)로 구분할 수 있다.
평조는, 솔(= E-flat)을 으뜸음으로 하고, 솔, 라, 도, 레, 미... 5음 음계로 되어 있는 선법이다.
반면에, 계면조는, 라(= E-flat)를 으뜸음으로 하고, 라, 도, 레, 미, 솔...로 역시 5음 음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18세기말에서 19세기초부터는 계면조로 되어 있는 음악은 거의 3음 음계나, 4음 음계로 변하여, 오늘날에는 5음 음계로 되어 있는 곡은 별로 없다.
그러나, 민요와 같은 민속악에서는 평조나 계면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선법으로 되어 있는 곡들이 많다.
민요는 지방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남도 민요 - 육자배기조
전라도 지역과 충청도, 경상도 일부 지역... 즉 남도 지방의 민요를, 이 지역의 대표적인 민요인 ‘육자배기’의 이름을 따서, ‘육자배기조’라고 부른다. ‘라’가 으뜸음이고, ‘시’가 쓰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 라, 시... 세 음이 가장 중요한 음인데, ‘라’보다 장 2도(실제로는 약간 좁다) 위쪽에 있는 ‘시’는, 항상 앞에 ‘도’가 짧게 붙어서 강하게 꾸며준다. 이 때, ‘도-시’와 같은 하행만 쓰이지, ‘시-도’와 같은 상행은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라’보다 완전 4도 아래쪽에 있는 ‘미’는 목을 눌러서 강하게 떨어서 소리를 내는데, 이렇게 목을 눌러서 내는 발성법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남도 민요는 다른 지방의 민요에 비하여 ‘슬픈 느낌’이 난다. ‘육자배기’, ‘진도 아리랑’, ‘강강술래’, ‘흥타령’, ‘농부가’등이 육자배기조로 되어 있다.

(2) 동부 민요 - 메나리조
경상도, 강원도, 함경도 지역의 민요 형태를 가리켜 ‘메나리조’라고 부르는데, ‘메나리’는 이 지역에서 널리 불리던 민요이다. ‘메나리조’는 육자배기와 마찬가지로, ‘라’가 으뜸음이지만(‘미’가 으뜸음인 것도 있다), 미, 라, 도... 세 음이 골격음이다. 그리고, ‘솔’과 ‘레’도 쓰이는데, 주로 경과음이나, 장식음으로만 쓰인다. 예를 들어, ‘솔’은 ‘라-솔-미’와 같이, ‘라’에서 '미'로 내려올 때, 중간에 삽입된다. 메자리조 민요의 예로는, ‘정선 아리랑’, ‘한오백년’, ‘강원도 아리랑’, ‘쾌지나 칭칭 나네’, ‘어랑 타령’ 등을 들 수 있다.

(3) 경기도 민요 - 창부타령조
‘창부타령조’는 솔, 라, 도, 레, 미... 5음 음계로 되어 있고, 맨 위의 ‘미’는, ‘미’와 ‘파’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창부 타령’은 서울, 경기도 지방에서 불리던 민요인데, 이 지역의 민요로는, 창부 타령 외에도, ‘경복궁 타령’, ‘한강수 타령’, ‘방아 타령’, ‘도라지 타령’ 등이 있다. 창부타령조로 되어 있는 서울, 경기 지방의 민요에서는 장 3도나 단 3도의 음진행을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민요들은 음색도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속도도 대체로 빨라서, 다른 지방의 민요에 비하여 ‘경쾌한 느낌’이 난다. 장단은 세마치 장단이나 굿거리 장단을 많이 사용한다.

(4) 서도 민요 - 수심가조, 난봉가조
평안도 지방의 민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라’는, 콧소리를 섞어서 떠는 소리를 내고, ‘라'에서부터 하행을 할 때, 바로 밑에 있는 ‘솔’은 생략하고 ‘미’를 거쳐, 으뜸음인 ‘레’까지 순차진행(라-미-레)을 한다. 이러한 평안도 지방의 민요로는, ‘수심가’, ‘배따라기’, ‘자진 배따라기’, ‘긴 아리’ 등이 있는데, 이 민요들의 형태를 가리켜서 ‘수심가조'라고 한다.
황해도 지방의 민요는 ‘라'가 으뜸음인 점에서 평안도 지방의 민요와는 약간 다르지만, ‘미'에서부터 하행을 할 때, 수심가조처럼 바로 아래 음인 ‘레’를 생략하고, ‘도'를 거쳐 ‘라'까지 순차진행을 한다. 이 지역의 민요를 수심가조와 구분하여 ‘난봉가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도 민요에서는 특히 콧소리와, 요성(떠는 소리)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고, 기악반주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점이다.

(5) 제주도 민요
제주도 민요는 제주도 고유의 민요와 육지 쪽에서 영향을 받은 민요들이 공존을 하고 있고, 경기도나 서도 지방의 민요와 비슷한 면도 있다. 2도나 3도의 순차진행이 많이 발견되는 것도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 민요는 복잡한 면이 많아서 아직까지도 더 연구되어야 할 것이 많다.